첨단 기술의 전시장, 평창 올림픽
2018.03.07 [테크 트렌드] ‘ICT 올림픽’ 만들어낸 웨어러블 정보기술. 한경비즈니스
지난 해 7월만 해도 평창 올림픽은 외로운 섬이었다. 문화체육부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 관심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5%에 불과했고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8%에 그쳤을 정도로 ‘골칫거리'였던 평창 올림픽.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때 미국과 프랑스가 불참을 시사하는 모양새를 보였고, 러시아는 도핑 문제로 불참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던 평창 올림픽. 그러나 평창 올림픽은 많은 논란과 염려를 불식키시고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기록되며 막을 내렸다.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참여해서 역대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으로 치러졌으며,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또한 평창 올림픽은 ICT 올림픽이기도 하다. ICT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발전된 기술을 마음껏 뽐낸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ICT 기술을 활용한 스포츠 발전을 과시하는 장이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개최국의 ICT 기술을 뽐내는 것은 비단 평창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그리고 2016년 리우 하계 올림픽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운영시스템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평창 올림픽이 자랑하는 첨단 기술은 무엇일까?
평창 올림픽이 자랑하는 5대 기술은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UHD, 그리고 가상현실을 들 수 있다. 먼저 5G는 기반 기술로써 다른 기술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파트너’인 KT는 세계 최초로 5G 시범망을 구축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인 인텔과 협업하여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선보였다. 5G는 그 자체로도 놀라운 기술이지만 후에 소개할 미래의 첨단 킬러 서비스(killer service)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인 LTE보다 20배 이상 빠르고, 지연 속도가 낮으며, 끊김없이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5G는 실감미디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관객과 시청자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했다. 선수 시점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 ‘싱크뷰’를 통해 봅슬레이와 같이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를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었고, 카메라 100대를 사용한 ‘타임슬라이스’는 정지 영상을 통해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경기의 곡선 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다양한 시점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옴니포인트뷰'는 말 그대로 다양한 선수나 지점에서 영상을 전송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의 번호 조끼에 초소형의 정밀 GPS 기기를 부착하고 다수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사용자가 경기를 마치 직접 즐기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세계 최초로 개회식과 폐회식 그리고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등 주요 경기를 4K UHD 지상파로 중계한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현재의 HDTV화질 보다 4배 선명한 UHD기반 지상파 방송을 함으로써 생생한 감동을 전했고, 실시간과 VOD를 통해 제공된 360도 동영상 중계는 현장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처럼 실감미디어를 통한 실감나는 시청을 한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올림픽에서의 ICT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사물인터넷의 대표적인 사례는 개막식에서 펼쳐진 LED로 구현된 비둘기의 모습이다. 1200명의 평창 주민들이 들고 있던 LED 촛불은 모두 동시에 점등과 소등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개인이 하기에는 정확성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물인터넷은 이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5G 태블릿으로 LED 촛불의 밝기와 점멸을 무선으로 실시간 중앙 제어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을 준비함으로써 아름다운 공연을 만든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또한 웨어러블 결제 서비스는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현장에서 구매를 하는데 시간을 줄여주었다. 장갑이나 배지, 스티커 등 17종류의 사물에 탑재된 NFC 기술이 비자카드에 적용돼 올림픽경기장 내 상점에서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얼핏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이 과정에는 NFC 기술과 결제 대행을 하는 밴(VAN), 단말기 등이 동시에 원활하게 작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정밀한 프로세싱을 거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오류가 발생되기 쉽다. 이번 올림픽에서 성공적인 등장을 함으로써 향후 웨어러블 결제 서비스의 시장을 밝게 했다.
ICT 강국 대한민국이 선보인 기술 이외에 올림픽에 참여한 각국 선수단과 기업이 선보인 첨단 기술도 눈여겨볼만 하다. 먼저 올림픽 개막식으로 가보자. 개막식 리허설 당시 체감온도가 영하 23도까지 떨어져 큰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개막식 당일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여서 행사를 진행을 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미국 선수단은 동계올림픽의 특성 상, 추위가 선수들의 몸상태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발열 기능이 있는 스마트 섬유로 만든 디지털 웨어러블을 선보였다. 열을 발생시키는 핫팩과 같은 온열 장치를 덧댄 것이 아니라, 섬유 소재가 직접 전기로 발열을 하는 최첨단 기술로, 섬유 형태이기 때문에 무게나 옷 모양 등에서는 일반 의류와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완전충전했을 경우 따듯함이 약 11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 ‘스마트수트(SmartSuit)는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이 선수들이 입는 경기복에는 다섯 개의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서 몸의 움직임과 자세 등 각종 신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수백분의 1초를 다루는 경기에서 이러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때문에 선수의 잘못된 동작을 일일이 수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실시간 데이터를 코치는 모니터링함으로써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신생 유명 브랜드인 언더아머(Under Armour)도 미국 스피드 스케이팅 팀에게 최첨단 경기복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공기역학을 활용한 디자인과 비대칭 이음새(seam)를 적용함으로써 공기의 저항을 줄인다고 한다.
활강 스키의 경우는 최대 속도가 150km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내기 때문에 자칫 작은 실수가 선수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위험한 스포츠이다. 헬멧 제작으로 유명한 자이로(Giro)는 알파인 스키 선수들의 머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헬멧을 미국 팀에 공급했는데,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시야각을 최대한 확보한 헬멧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활강 스키의 특성 상 아래로 내려가면서 끊임없이 좌우를 살펴봐야 하는데 기존의 헬멧은 시야각을 방해함으로 계속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 했지만, 이번에 소개된 헬멧은 유선형의 유려한 디자인으로 시야각을 충분히 확보해 선수가 고개를 많이 둘러보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어 활강 시간도 줄이고, 사고 위험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안전에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제품으로 다이니스(Dainese) 에어백이 있다. 이 에어백에는 일곱개의 센서가 있어서 넘어질 경우에 자동으로 에어백이 부풀어 스키 선수들의 사고를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은 분명히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다양한 최신 기술 소개되는 올림픽 경기에서 노르웨이의 선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메달 14개, 은메달 14개, 그리고 동메달 11개로 총 39개의 메달을 획득해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총합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 선수단의 우승 비결은 스포츠의 대중화이다. 노르웨이는 어린이들이 지역 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운동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13세가 되기 전까지 점수를 매기는 행위를 금지한다.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하되 경쟁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가기를 원하는 것이고, 선수보다는 사회인으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정책에 기반한 것이다. 노르웨이가 비록 그들만의 첨단 기술을 선보이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스포츠를 즐기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올림픽이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교훈이다. 최첨단 전시장이었던 평창 올림픽이 혁신 기술과 서비스로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듯이,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김으로써 올림픽이 전해준 교훈을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