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 4. 원자력 이슈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2012.10.15. 4. 원자력 이슈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원자력문화재단
그간 3회의 연재를 통해서 원자력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했다. 이번 글은 마지막 회로써 원자력 이슈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며, 원자력 관계자들이 위기를 대비하고 극복하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위기관리 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쿰스와 할러데이(Coombs & Holladay)는 상황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Situational Crisis Communication Theory: SCCT)을 소개하며, 위기의 유형을 반복성(stability), 외적 통제(external controls), 그리고 내적통제(internal control)로 분석하여 책임성의 높고 낮은 정도에 따라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즉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작은 경우에는 부인, 정당화 같은 방어적 전략을 사용하고 책임이 큰 경우에 보상, 행동시정, 사과와 같은 수용적 전략을 구사하여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책임성은 위기가 빈번하여 반복성이 높고 외적 통제가 낮으면서 원인 소재가 내부에 있을 때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원자력 위기 이슈의 대부분이 바로 높은 책임성을 요구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원전의 예를 들면 발생 원인이나 사고 경중 여부를 떠나 유사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외적인 이유보다는 원전을 담당하는 직원이나 조직 그리고 설비기기 등에 의해 문제가 발생된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대한 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입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1%가 수입식품의 안전에 불안하다고 응답했고, 일본산 식품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67%가 넘어 중국에 이어 2등의 불명예를 안았다. 일본산 식품을 우려한다는 응답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영향이 큰데, 원전의 위험성이 일반 시민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먹거리이며,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 역시 원자력을 부정적으로 보는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이러한 예를 봤을 때, 전자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수용적 전략을 구사해야만 하고, 후자의 경우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일본 원전 식의약 정보방(http://www.kfda.go.kr/index.kfda?mid=472)의 정보 등을 인용해 적극적으로 안전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자력 위기 이슈를 극복하기 위해서 평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원자력은 무엇보다도 설득의 심리학,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관심 두어야 한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태도나 행동을 바꾸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여기에는 대인 설득, 마케팅, PR 등 이미 우리가 많이 알고 있고, 실제로 원자력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활동 등을 포함한다. 설득에 관한 중요한 이론들을 통해 방법론을 제시하면, 먼저 수용자의 관여도, 정서 등을 이해해야 한다. 관여도가 높은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시민들을 향한 메시지가 달라야 한다. 사전 개입도가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메시지 전략도 달라야 한다. 원자력에 대한 태도를 강경하게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욕구 충족과 보상도 중요하다. 가장 절실한 욕구가 무엇인지,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메시지 전략은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이를 전달해야 한다. 호의적 태도를 갖고 있는 대중적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기본 원리를 활용해야 하고, 권위, 전문성, 그리고 신뢰감이 있는 전문가를 통해 부정적 또는 불확실한 사항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통한 사회적 증거를 끊임없이 제시해야 하고, 적절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득하고자 하는 과정은 사회적 영향 과정임을 이해하고, 사회적 영향 과정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을 비롯해서 정부 또는 시민단체들이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원자력에 관한 PR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 만큼 그 결과도 목표한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소통의 시대. 너도 나도 소통을 얘기하지만, 그 누구도 그 소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심두지 않는 것이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민이해 증진으로 사회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 원자력문화재단이 원자력에 대한 이해만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다면 진일보한 국민과의 소통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