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인간이 기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등장한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창의적인 산출물을 생성하며 인간의 지적 노동을 보조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흐름은 이러한 생성형 모델을 다시 한번 넘어서고 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환경을 인식하며, 계획을 수립하고, 행동을 수행한 뒤 결과를 성찰하는 자율적 인지 루프를 갖춘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에이전틱 AI는 자율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특성을 갖춘 AI 시스템으로, 환경에 반응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동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을 지닌 시스템으로 정의된다(Hosseini & Seilani, 2025; Sapkota et al., 2026). 에이전틱 AI의 등장은 기존의 커뮤니케이션학 및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가 전제해 온 ‘인간=주체, 기계=도구’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한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은 미디어를 단순히 메시지가 전달되는 중립적 채널이나 매개체로 규정해 왔다. 이 관점에서 의미를 생산하고 해석하는 주체는 오직 인간뿐이며, 기술은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거나 저장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HCI 분야의 고전적인 이론들 역시 사용자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시스템을 통제하는 사용성(usability)과 제어(control)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Norman(2013)의 실행과 평가의 간극(Gulf of Execution and Evaluation) 모델은 사용자가 시스템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도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인터페이스 설계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에이전틱 AI는 이러한 도구적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호작용 양상을 보여준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하여 스스로 과업을 정의하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외부 도구(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를 사용하거나 다른 에이전트와 협업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이제 인간과 AI의 관계는 명확한 명령어를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지시와 수행의 관계에서, 서로의 의도를 해석하고 조율하며 결과물을 공동으로 창작하는 협업과 파트너십의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을 지닌 커뮤니케이션 파트너 혹은 행위자(actor)로 재정의해야 함을 시사한다.
에이전틱 AI 시대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기존의 HCI 모델은 시스템의 투명성과 제어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에이전틱 AI 환경에서는 시스템 내부의 불투명성(black box)과 결과의 불확실성이 필연적으로 증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가 AI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의심하는 단계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신뢰와 관계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와 AI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중요해진다. 사용자는 AI의 작동 원리와 의사 결정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AI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이 글은 에이전틱 AI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소통과 협력의 주체로 격상시킴으로써, 인공지능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 기술적 최적화를 넘어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 맺기로 확장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이론과 모델 개선을 위한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상호작용 방식을 모색하고,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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